*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은… 어느 을씨년스러운 오후

“암스트롱”씨는… 새로 넘어온 우편물 더미를 풀어 헤쳤습니다.

그 편지더미 맨 위에는… 얼핏 보아도 배달이 안 된 편지

한통이 얹혀 있었습니다.

그 편지의 겉봉에는… “북극에 계신 산타 할아버지께”라고

연필로 서툴게 쓴 수취인의 주소와 성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편지를 막 던져 버리려고 하다가… “암스트롱”씨는 어떤 충동에 끌려

봉투를 뜯어 읽어 보았습니다. 거기엔… 이런 사연이 적혀 있었습니다.

 

*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보아 주셔요…

산타 할아버지, 우리 집에는… 올해 매우 슬픈 일이 생겼답니다.

지난봄에… 어린 남동생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제가… 할아버지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할아버지가

저희 집에 오셔서… 동생의 장난감을 하늘나라에 가있는

그 애한테 가져다 주시라는 것뿐입니다.

동생이 갖고 놀던 목마랑… 기차랑… 장난감이랑… 모두 부엌 난로 옆

구석에다 놓아두겠어요…

* 저는… 동생이 하늘나라에서 장난감이 없이 얼마나 심심해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 애가… 장난감 목마를 얼마나 좋아했다고요…

동생은… 장난감 말만타면… 언제나 신명이 나 했답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장난감을 동생한테… 가져다 주세요…

그리고… 할아버지! 제게는… 무슨 선물을 주실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 해 주실 수 있으시다면… 아빠가 옛날처럼

담뱃대를 입에 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도록 해 주시면

저는 제일 고맙겠어요….

 

* 언젠가… 아빠가 엄마한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아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망각”밖에 없대요…

할아버지께서… 아빠한테 그 “망각”이라는 것을

좀 가져다 주실 수 없으신지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착한 소녀가 되겠습니다. “메리언” 올림.

* 그날 밤, “암스트롱”씨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현관 앞 뜰에서… 겨울철 저녁의 어둠을 깨고…

파이프에 담뱃불을 붙여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부엌문을 열고… 커다란 담배 연기를 훅 뿜어냈습니다.

담배 연기는… 놀란 아내와 딸 아이의 머리위에서… 후광 같은 무리를 지었습니다.

“암스트롱”씨는… 옛날처럼 부인과 딸에게 환한 미소를 던지면서

밝은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 오늘 마지막 칼럼을 썼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복되고 기쁜 성탄을 맞이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2019年 12月 1日, 박영원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