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짐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인생 자체가 짐이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이다.

만남도 짐이고, 헤어짐도 짐이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이다.

살면서 부딪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게 없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진다고 한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함이란다.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헛바퀴가 도는 차에는 일부로 짐을 싣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짐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짐을 한번 져보자!

자연히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자꾸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짐을 지고서는 기고만장 날뛸 수 없다.

짐을 지면 자연히 겸손해 질 수 밖에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막중한 짐을 지신 분이 있다.

그리스도 ·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고통과 수치의 십자가가

인류를 대속하기 위한 자신의 짐임을 아셨다.

그 분은 온갖 조롱과 모욕에 채찍질까지 받으며

온 몸의 물과 피를 쏟으며 십자가의 짐을 지셨다.

그리고 주님은 십자가를 우리의 짐으로 주셨다.

우리에게 각자의 십자가를 지라고 명하셨다.

십자가를 앞세우거나 들어 올리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우리는 십자가를 앞세우고

독선과 횡포를 일삼지 않은가?

십자가를 들어 올려 위세나 탐욕을 부리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에 걸린 십자가가

무슨 의미를 가지며···, 동네마다 즐비하게

세워진 십자가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사순절이 깊어간다. 예수님이 지신 짐,

십자가의 의미를 새겨본다.

그리고 나의 십자가는 무엇인지 새겨본다.

2016년 2월 22일(월), 북한산에 올라 묵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