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엔도·슈우사꾸”의 “침묵”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포르투갈, 로마, 일본의 사료를 정밀히 조사하여

작품을 쓴… 실화 역사소설이다.

“페레라” 신부가… 고문에 못 이겨서 배교를 했다는…

선교보고가 포르투갈에 들어온다.

“페레라” 신부는… 신학자로써, 또한 신앙면에서… 유럽에서 존경을 받던

국제적 인물이었다. 이런 인물이… 아무리 일본의 “도꾸가와” 정권의 고문에

못 이겨서… 예수를 부인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뉴스였다.

격분한 그의 제자 3명의 청년 신부들이… 진위를 확인하고자

생명을 걸고… 일본으로 잠적해 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 그 3명중의 한 명이… 소설의 주인공 “세바스티안·로드리고”신부이다.

그도 역시 체포되어… “후미에” 앞으로 끌려간다.

“후미에”란… 예수상이 새겨진 동판을 나무판에 붙인 것으로… 그것을

밝고 지나가는 사람은… “예수교”를 버린 것으로 간주하여

목숨을 살려주었던 것이다.

이 “후미에”는… 실상 예수교도들을 살려주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검사관 외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1초동안 슬쩍 예수상을

밟고 지나가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것이었다.

 

* “로드리고” 신부도… “후미에” 앞에 서게 되었다. 너무나 많이 밟혀서…

“예수상”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 일그러진 예수님의 얼굴이…

울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 몹시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 같이도 보였다.

분명… 함께 고통받고, 함께 울고, 함께 괴로워하는 예수님이었다.

 

* 주저하는 “로드리고” 신부에게… “후미에”의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나를 밟아라. 나는 본래 밟히기 위하여… 세상에 온 것이 아니냐? 나를 밟을 때…

네 마음이 아플 것이다. 마음으로 아파해 주는 그 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있는 것을… 나는 원망했습니다.”

“로드리고! 내가 침묵한 것이 아니다. 너와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 “로드리고”가… 예수상을 밟는 순간… “새벽닭”이 운다.

그 옛날, “가야바”의 뜰에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할 때 베드로의 괴로움을…

예수님께서 이해하고 용서하시고, 함께 괴로워하신 것처럼…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며 우리를 내려다 보시는 예수님의 눈동자는 용서의 눈동자였다.

그 용서가 있었기에… 우리에게 소망이 생기고…

그 이해와 자비가 있었기에… 우리가 구원을 받게 된 것이다.

 

*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신다.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예수님의 용서와 자비와 이해의 눈동자이다.

우리의 허물과 죄악을 용서해주신… 예수님의 눈동자로 이웃을 바라보라!

이것이… 십자가 정신이다!